영어덜트(2011)
인터넷에서 갓 태어난 아이와 한 남자의 사진을 본 메이비스 게리(샤를리즈 테론)의 눈이 번쩍 뜨인다. 서른 일곱의 이혼녀, 대필작가인 그녀의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다. 고향에 가서 사진 속의 남자, 버디(페트릭 윌슨)의 되찾겠다는 포부다.
메이비스는 빨간 폭스바겐을 몰고 그녀가 사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떠나 고향 머큐리로 향한다.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갖가지 옷과 그녀의 반려묘를 챙기고, 차를 몬다. 호텔에 짐을 풀고, 그녀가 먼저 찾은 곳은 술집이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는 그녀를 아는체 한다.
메이비스의 고등학교 동창, 맷 프리하우프(패튼 오스왈튼)다. 메이비스는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다. 다리를 절고 있는 멧은 학교폭력 때문에 다리를 절고, 성기능 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게이라는 오해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맷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그에게 털어놓는다. 전남친 버디를 되찾기 위해서 머큐리에 오게 되었다고. 맷은 그런 메이비스가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
"애낳고 잘 사는 전남친을 꼬셔보겠다고?"
맷은 메이비스의 근자감이 황당하다.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그녀가 학창 시절부터 남자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옛날 얘기다. 이혼녀이면서 유년 시절의 인연에 집착하는 베이비스가 이상하고 안타깝다. 맷은 그녀의 안타까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다.
메이비스는 맷의 조언을 무시하고 메이비스는 버디에게 적극적으로 찝쩍거린다. 버디는 만나자고 연락한 메이비스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갓 태어난 딸의 이름짓기 파티에도 초대한다. 아내 베스의 밴드 공연에도 데려간다.
하지만 그녀를 알던 동네의 친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메이비스는 결코 평판이 좋고,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버디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 자신을 그리워해서 메이비스가 머큐리에 온 것이라고.
머큐리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은 메이비스를 멋있는 사람으로 인정해준다. 저학력이 다수인 이 곳에서 작가인 그녀는 배운 여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베이비스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다르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자신감있는 대필작가이지만, 마음 속은 공허하다. 자신이 쓴 소설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책의 겉표지에 없다. 자신이 쓴 소설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책 내부에 작게 기재된 면을 보여주고 설명해야 한다. 그마저도 요즘은 재고처리 책이 된 신세다.
그런 그녀에게 전남친 버디는 '희망'이다.
풀메이이크업, 네일 컬러, 가발로 머리까지 풍성하게 만든 메이비스는 버디를 꼬셔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버디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받은 메이비스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함께 떠나자고 고백하지만, '돌아이' 취급을 당한다.
버디의 입장에서는 메이비스를 이해할 수 없다. 버디는 지극히 정상이다. 화를 참지 못한 메이비스는 파티에서 버디의 아내 베스에게 화풀이를 하고, 파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네가 많이 아프다고 들었어.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베스가 널 생각해서 파티에 초대하자고 한 거야."
메이비스의 막무가내 행동을 제압하기 위한 버디의 말에 메이비스의 마음은 무너진다. 모두가 자신을 우대하는 줄 알았지만, 동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고향 사람들의 눈에 비참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메이비스는 눈물을 흘리며, 맷을 찾아간다. 그를 부등켜안고, 펑펑운다.
맷은 그런 메이비스의 모습이 지나치게 아름답다. 감히 평생 그가 만져보지 못할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메이비스는 호텔에 와서 짐을 싼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살던 도시로 떠난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판을 두드리고, 소설을 쓴다.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기 쉬운 메이비스는 고통 속에서 일탈을 꿈꾼다. 그것은 새롭고 화려한 세계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던 시절로의 회귀다. 첫사랑의 순간이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인연은 다시 돌아오지않는다.
이혼녀이면서 유부남을 꼬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그녀는 철면피처럼 느껴지면서도 아이같은 순수함이 있다. 감정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서른 중반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을 그녀는 모르고 있다.
영화 제목인 '영 어덜트'처럼 그녀의 내면은 아직 어리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만한 작품도 없고, 커리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내면에 피해의식으로 남아있다.
부족함을 감추면서도, 겉으로는 센 척하는 그녀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