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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이프

영국 남자처럼 사랑하는 법, 낭만주의 영국남

영국 남자처럼 사랑하는 법(How to Make Love Like an Englishman, 2015)

 

낭만주의를 설명하는 교수에게 모든 학생들이 몰입돼 있다. 헤이그(피어스 브로스넌)의 입모양을 주시면서 넋을 놓고 쳐다보는 젊은 여자의 눈빛이 끈쩍거린다. 그녀는 헤이그와 연애중인 케이트(제시카 알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인정받는 교수 헤이그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연애를 즐기는 꽃중년이다. 제자인 케이트는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에게 함께 캘리포니아로 떠날 것을 제안한다.

 

"교수님, 아이를 가졌어요. 캘리포니아로 같이 가요. 혹시  싫으시면 저 혼자 돌아갈게요."

 

 

헤이그의 수업에 참석한 케이트

 

아무리 자유로운 남자지만, 딸 뻘인 책임지지 않고 내뺄 수 없던 헤이그는 평생을 살아온 영국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떠나 케이트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정규직 교수 자리를 잃은 헤이그는 LA의 컬리지에서 계약직 교수로 일한다. 자신의 수업을 경청하는 학생이 더 이상 없는 삭막해진 강의실에서 그는 열심히 낭만주의에 대해 토로한다. 개인적인 성취감은 떨어지지만, 아들 '제이크'를 보면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이 만족스럽다. 쑥쑥 자라 자신과 야구를 하고, 해변가를 함께 거니는 제이크를 보면 힘이 난다.

 

 

헤이그와 케이티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던 어느날, 헤이그는 케이트의 외모를 목격한다. 자신의 바람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케이트는 더 이상 헤이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헤이그는 케이트의 변심은 받아들이지만, 유치원생인 제이크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때부터 헤이그의 수난이 시작된다.

 

직장에서는 계약이 만료되어 가고, 정규직이 아닌 그가 이혼까지 하게 된다면, 미국에서 추방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영주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규직 교수직을 구하기 위해서 고분분투한다. 케이트와의 이혼과 미국에서 추방되어 홀로 영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압박감은 인생 최대 스트레스가 된다.

 

그 순간,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케이트의 이복언니 올리비아(셀마 헤이엑)이다. 출판 편집자 출신인 그녀는 격정적이고, 섹시한 매력이 빛나는 여자다. 거친 운전실력과 날카로운 언변으로 헤이그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묘하게 헤이그와 조화를 이룬다. 케이트는 사업차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올리비아에게 제이크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자연스럽게 헤이그는 올리비아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제이크와 헤이그, 올리비아

  헤이그는 자연스럽게 올리비아에게 끌리는 감정을 어쩔 수 없다. 사실 제이크가 태어나기 전,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케이티와 셋이 만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 때도 끌리는 감정이 있었지만, 케이티와의 관계 때문에 헤이그는 자신의 직감을 무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도 여전히 올리비아와 연인 관계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헤이그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한다.

 

낭만주의에 이론은 없다.

진정한 사랑이 타오르는 곳에서, 욕망은 사랑의 순수한 불꽃이 된다.

 

그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했던 말처럼, 그의 사랑의 불꽃이 타오른다. 올리비아도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한다. 

 

(왼쪽부터) 올리비아, 헤이그, 케이티

은밀하게 케이티의 비위를 맞춰가며 영주권을 받기위해 안간힘을 쓰며, 올리비아의 관계를 유지하던 헤이그는 결국 포탄을 맞게 된다. 케이티에게 올리비아와의 관계를 들킨 것이다. 케이티는 이복언니이지만, 믿고 의지했던 올리비아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그녀와도 절교를 선언한다. 정규직 교수 자리를 어렵게 얻어낸 헤이그는 그 노고가 물거품이 되어, 강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다. 

 

불법을 멕시코 국경을 넘어 LA에 도착한 헤이그

그렇게 영국으로 홀로 돌아간 헤이그는 쓸쓸함을 견딜 수 없다. 올리비아도 그립지만, 그의 아들 제이크가 생각나서 하루하루가 괴롭다. 결국 그는 불법체류자들과 국경을 넘어 LA에 밀입국한다. 이미 몇개월의 시간이 흐른터라, 케이티도 헤이그에 대한 미움이 누그러진 상태였다. 게다가 아빠를 그리워하는 제이크를 보니, 헤이그를 돌려보내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

 

헤이그를 떠나,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자신처럼, 헤이그, 올리비아 모두 누군가를 새롭게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케이티는 올리비와와 헤이그의 사랑을 지지하기로 결심하다. 전남편과 이복언니가 새롭게 가정을 꾸리도록 돕는다. 그렇게 영화는 '요상한 가족'의 형태를 만들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영국 문학을 사랑하는 헤이그는 '제대로된 영국 남자'다.  20살 이상 어리 제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언니도 사랑하게 되는 그는 자유로운 연애 영혼, 그 자체다. 자기 감정에 충실한 남자의 사랑은 이해할 수 없지만, 밉게 보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존재로 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