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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이프

사랑은 아파트를 타고, 온다!

사랑은 아파트를 타고(2018)

 

아침에 일어나서, 치약을 묻힌 칫솔을 들고 옥상으로 향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 안에서 여유롭게 출근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살핀다. 인도 뭄바이의 밀집된 빌딩 숲 속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에 사는 산체이(비키 코샬)의 눈빛은 비장한다. 언젠가 새로지은 고층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살고 말겠어! 

 

그렇게 타인의 아파트를 부러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인도의 철도역무원의 아들인 산체이는 국철직원숙소에서 부모님과 살고 있다. 아침이면 수압이 불안정한 변기 때문에 볼일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잠을 드는 일도 어렵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연봉을 낮춰 은행의 전산팀에 다니는 이유는 한가지다. 좀 더 수월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기 위해서다.

 

칫솔을 입에 물고 고층 아파트를 쳐다보는 산체이(비키 코샬)

외동딸로 자란 카리나(앙기라 다르)도 천정에서 떨어지는 석회가루 때문에 하루하루가 곤욕이다. 윗층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면 집안이 흔들거린다.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 앞에서 표정을 구기지 않지만, 집에 대한 늘 불만이다. 엄마는 자신이 결혼하면, 외삼촌이 사는 캐나다로 갈 계획이다.

 

그녀에게 금수저인 약혼자 '샘'이 있다. 하지만 그녀와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 집을 분양받자는 카리나의 의견에 반대한다. 자신의 부모님이 사는 집에 들어가서 살면 될 것을 집을 구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샘은 카리나와 함께 세계를 누비며, NGO활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카리나는 점점 샘이 불편하다.

 

카리나(앙기라 다르)가 친구의 결혼식에서 춤을 추는 모습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한 산체이는 발랄한 표정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카리나를 보고 호감을 느낀다. 그녀와 대화를 하고, 춤을 추면서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회사에서 만난다. 산체이는 전산팀 직원이고, 카리나는 대출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어느날, 산체이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신청한 대출이 승인이 거절되자, 분노하며 직원담당 대출심사부서를 찾는다. 그곳에서 다시 재회한 카리나는 산체이에게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산체이의 연봉으로는 대출액을 갚는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장 여러개를 갖고, 이 도시에서 누가 살아도 되나 결정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기고만장합니까?"

 

화가난 산체이는 카리나에게 가졌던 호감이 분노로 바뀐다. 카리나 역시 산체이에게 가졌던 호감이 사라진다.

 

카리나와 산체이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퇴근길에 우연히 만나게 되고, 산체이는 사과를 한다. 두 사람은  서로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연봉으로 아파트 대출금을 갚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럼 우리 같이 반반해서 아파트 살래요?"

 

두 사람은 아파트의 주인이 되는 상상만으로 즐거워진다. 분양전단지를 보는 두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혼인증빙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두 사람은 꼼수로 2주 이내에 결혼계획이 있다는 서류를 제출한다.

 

"우리 아파트 때문에 결혼해야 하나요?"

 

산체이와 엔조이 관계에 있는 여자친구

산체이는 회사 상사와 엔조이 관계다. 그 관계는 산체이가 아닌 상사, 리사가 설정한 것이다. 그녀와의 쾌락은 즐겁지만, 그녀는 산체이에게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는다. 산체이는 리사에게 청혼을 한 적 있지만, 거절 당한다. 리사에게는 해외 근무를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카리나는 아파트 분양에 대해 약혼자 '샘'을 설득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카리나는 결혼을 깨고, 적극적으로 산체이와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을 세운다. 리사에 대한 분노 때문일까. 산체이 역시 카리나의 적극성에 동조한다.

 

그렇게 두사람은 아파트 분양을 앞두게 된다.

 

카리나의 집에 인사를 간 산체이

 

카톨릭신자인 카리나와 흰두교인 산체이. 절대 결합하기 쉽지 않은 두 집안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카리나의 모친은 산체이를 색안경을 끼지 않고 긍정적으로 본다. 카리나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산체이의 부모님도 카리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성품 좋은 부모님들 덕분에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산체이의 마음은 헛헛하다. 카리나가 '반반'을 외칠때마다, 이 결혼이 좋아서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설마 너희들 아파트가 없다면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

 

카리나의 어머니의 말이 내심 마음 속에 걸리는 산체이다.

 

카리나와 산체이

 

카리나 역시 산체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다. 처음부터 서로 연애 감정으로 시작한 관계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아니라면, 산체이가 자신의 앞에서 즐거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산체이가 직장 상사인 리사와 얽혀 있다는 것을 알고 갈등에 휩싸인다.

 

결혼식 하루 전,  그들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산체이는 아파트 대출금의 절반을 카리나가 배우자를 만날 때까지 내주겠다고 한다. 아파트는 카리나의 단독 명의다. 그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은 열망이 컸던만큼 카리나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국으로 끝날 것 같았던 결혼식은 반전을 맞이한다.

 

그들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멀리서 온 산체이와 카리나의 친척들, 화려한 파티의 현장에서 그들은 숨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게 된다.

 

아파트 때문에 조건만남을 시작한 두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산체이는 자신의 소원이기도 한 아파트를 카리나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카리나도 산체이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