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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이프

파리의 인어, 인어의 사랑

파리의 인어(2020)


센느강변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가스파르(니콜라스 뒤보셸)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부드럽고 고운 느낌의 물체가 움직인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아름다운 인어 한 마리가 있다.

 

룰라와 가스파르의 모습


정신을 잃은 인어를 병원으로 옮긴 가스파르는 접수대로 향한다. 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다. 그녀의 보험증이 없기 때문이다. 가스파르가 병원에서 허둥거리는 동안 인어를 발견한 한 남자는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인어를 본 순간 심장이 팔딱거리고, 흥분 상태가 가라앉지 않는다. 곧 그 남자는 죽음을 맞이한다.

 

아름다운 인어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치료를 받지 못한 인어 룰라(마릴린 리마)는 가스파르(니콜라스 뒤보셸)의 집에서 치료를 받는다. 통성명을 한 룰라는 가스파스를 조심스럽게 대한다.

"나를 사랑하면 안돼. 사랑에 빠지는 순간 목숨을 잃게 돼."

가스파르는 그녀의 걱정에 헛웃음을 친다. 사랑 따위를 믿지 않는 가스파르에게 룰라의 아름다운 외모는 그저 감상의 대상일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다. 가스파르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서, 룰라를 치료한다.

"출근길에 데려다줄게. 걱정하지 말고 지내다가 가."

가스파르는 룰라가 심심하지 않도록 작은 모니터를 화장실에 배치해두고 출근한다. 룰라는 물이 찬 욕조 안에서 가스파르를 기다린다. 집 안의 장난감들을 건드리고, 담배를 피우다가 화재를 내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관대한 가스파르에게 룰라도 믿음이 간다.

 

가스파르의 모습

가스파르의 집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한 그녀의 이웃, 로지(로시 드 팔마)는 몰래 가스파르의 집을 방문한다. 인어의 존재에 놀라지만, 그녀가 가스파르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응원한다. 룰라는 가스파르와 함께 선상파티에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를 점점 좋아하게 된다. 룰라에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가스파르의 가슴도 조금씩 이상 증세가 생긴다.

인어의 존재를 알게 된 병원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남자의 부인은 추적끝에 룰라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들은 룰라를 잡기 위해 안달이 난다.

 

"위험한 존재야. 반드시 잡아야 해!"

 

어차피 물로 향해야 하는 운명이었지만, 주변의 상황 탓에 룰라는 가스파르와 제대로 된 작별을 나누지 못하고 물로 향한다.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둘은 그렇게 이별을 한다. 각자가 살기 위해서 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스파르가 룰라를 사랑하면 죽게되고, 룰라는 사랑하는 가스파르가 죽는 것을 볼 수 없다.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녀는 우연한 계기에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남자의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남자는 여자의 순수성과 아름다운 목소리에 빠져든다. 음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코드도 잘 맞았다. 서로 다른 생명체로 태어났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사랑은 우연히 다가오지만, 바람처럼 흩어지듯 사라지기도 한다. 사랑이 끝난 후에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