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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 자신의 소중함 체인지업(2011)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막상 꿈꾸던 것을 갖거나 그 상태에 이르게 되면, 본래의 자신이 그리워지는 법이다. 누구나 완벽한 상태는 없고, 자신이 하찮게 여겨질지라도 반드시 장점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네가 된다면 어떨까.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과 미치(라이언 레이놀즈) 어린시절부터 알아온 절친이다. 막역했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 살면서 관계가 이전보다는 소원해진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명문대에 로스쿨을 졸업한 데이브는 실력을 인정받는 변호사다. 토끼같은 자식들과 아내도 있는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미치(라이언 레이놀즈)는 그 반대다. 간간히 성인영화에 출현하면서, 배우로 일한다. 새로운 여자를 사귀고, 엔조이 관계를 갖는 일에 아무렇지 않..
데몰리션, 마음을 분해하다 데몰리션(2015)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아내가 말을 건다. 평상적인 말들, 물이 새는 냉장고를 왜 고치지 않았냐는 그녀의 말에 남자는 별 반응이 없다. 아무래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대충 넘겨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손을 보겠다고 대답한다. 담담하게 말하던 자신을 뾰로통한 표정으로 보던 아내가 그 순간, 죽는다. 교통사고로 운전을 하던 아내는 뇌를 다치며 목숨을 잃었고, 자신은 셔츠에 피를 몇 방울 묻힌 채 살아난다. 같은 차에 탔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데이비스(제이크 질렐할)는 제시간에 출근하고, 일한다. 장인이 운영하는 투자 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일중독자다. 그런 그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를 보낸다. 어떻게..
빅쇼트, 불황 속에 부동산 호황 빅쇼트(2015)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미국의 경제는 위기에 빠졌었다. 집을 버리고 도망가고, 차와 텐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직전에 있었던 미국 주택 시장의 버블 이후에 생긴 현상이다. 집 값이 치솟는 호황기 뒤에는 실직과 과 경제 붕괴가 일어났다. 불황 속에서 집값이 상승 중인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서, 이 영화가 떠올랐다. 2000년 초반, 미국이 경기 부양책으로 저렴한 금리로 대출 자격을 완화했다. 시장에 유동 자산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은 물론 주택 시장에 투자했다. 스트리퍼 조차도, 다섯채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바텐더는 대출 브로커로 전업했다. 미국인들의 관심은 주택을 사고 파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모두가 호황이라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순수한 남녀의 사랑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2018) 1946년,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시절에 건지섬 마을의 영국인은 숨죽이며 외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키우던 가축을 독일군에게 빼앗기고, 대가로 받은 감자로 끼니를 연명하는 어려운 시절을 보낸다. 가난 속에서 피어난 건지섬 사람 몇몇의 취미는 독서다. 문학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면서 힘든 마음을 달랜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서 서로 함께 독서 모임에서 나눠먹던 감자껍질파이는 그 모임이 명칭이 된다. 어느날, 런던에 살던 작가 줄리엣(릴리 제임스)은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회원들을 찾아 건지섬을 찾는다.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여 작가로 인정받은 줄리엣은 '문학이 주는 철학적 영향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제안받는다. 새로운 책에 대해 골몰하던 줄리엣은 편지 한 장..
미스비헤이비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 어깨와 가슴선을 드러낸 원피스를 입은 미녀들이 무대를 활보한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하이힐을 젊은 여자들을 카메라는 위아래로 비춘다. 무대 바로 앞의 심사위원석에 앉은 남자들도 그녀들의 온몸을 꼼꼼히 살핀다.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의 사이즈가 적나라하게 들리고, 그녀들은 숫자로 평가된다. 1970년, 미스 월드 선발대회의 전경이다. 1970년의 런던, 여성들의 교육열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차별 속에서 살아했던 여성들의 내면에는 분노가 자라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온 역사학도 샐리(키이라 나이틀리)는 이혼 후, 동거남과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차별을 겪는다.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학자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예술가 조(제시 버클리)는 뜻이 같은 페미니스트들과 무..
르누아르, 여인과 예술혼 르누아르(2012) 프랑스 남동부의 해안마을. 코르다쥐르. 노장의 힘없는 얼굴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미셀 부케)는 붓을 손에 쥘 때에 눈빛이 살아난다. 그의 옆에는 늘 물감을 짜주는 누군가가 필요한다. 앞에는 그의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낼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필요하다. 어느날, 젋고 아름다운 여인이 오귀스트의 집에 도착했다. 배우를 꿈꾸는 당돌한 여자, 앙드레(크리스타 테렛)이다. 오귀스트는 그녀를 본 순간 직감한다. 이제껏 봐 온 모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그녀의 탄탄하면서도, 보다라워보이는 살결과 붉은 볼, 그리고 뇌쇄적인 눈빛은 오귀스트 르누아르를 사로잡는다. 모델을 꿈꾸는 앙드레가 딸처럼 느껴져서, 자신의 아들 얘기도 하게 되고, 앙드레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가깝게 지내며 집을 ..
데스페라도스, 여행이 뒤바꾼 인연 데스페라도스(2020)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서른 무렵의 여자, 웨슬리(나심 페드라드)는 절망에 빠져있다. 직장, 남자 뭐하나 되는 거 없이 자꾸만 일이 꼬인다. 17번이나 본 취업 면접은 번번히 낙방이고, 베이비시터를 하던 집의 냉장고에서 밥이나 훔쳐 먹는 신세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게 날카롭고, 비수가 꽂힐 때도 있지만, 생각해주는 마음만은 진심이라는 걸 웨슬리도 잘 알고 있다. 웨슬리는 절망 그 자체다. 대체 자신에게 좋은 세월이 오기나 할지 의문이다. 절망에 허우적대는 웨슬리에게 친구들은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숀'을 만난다. 웨슬리는 평소 자신의 성격대로 허겁지겁 자유분방하게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문득 나온 결혼, 출산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고통과 마주하는 법 저마다 마음 속에 홀로 간직한 얘기들이 있다. 타인에게 꺼내기 힘든 얘기가 마음 속에 상처가 되어 저장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은 세상과의 소통을 두려워한다. 짙은 상처가 다시 반복되어 자신을 옥죄어올까봐 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무명 피아니스트가 있다. 폴을 피아노를 치는 서른세살의 청년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콩쿠르에 나가지만 우승한 적은 없다. 지금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의 든든한 후원자는 두 명의 이모다. 바로 애니(베르나데트 라폼)과 안나(헬렌 벤상)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폴의 부모를 대신해, 두 이모는 폴을 극진히 보살핀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지만, 폴이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도록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