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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이프

데스페라도스, 여행이 뒤바꾼 인연

데스페라도스(2020)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서른 무렵의 여자, 웨슬리(나심 페드라드)는 절망에 빠져있다. 직장, 남자 뭐하나 되는 거 없이 자꾸만 일이 꼬인다. 17번이나 본 취업 면접은 번번히 낙방이고, 베이비시터를 하던 집의 냉장고에서 밥이나 훔쳐 먹는 신세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게 날카롭고, 비수가 꽂힐 때도 있지만, 생각해주는 마음만은 진심이라는 걸 웨슬리도 잘 알고 있다.

 

웨슬리는 절망 그 자체다. 대체 자신에게 좋은 세월이 오기나 할지 의문이다.

 

브룩, 웨슬리, 케일리

 

절망에 허우적대는 웨슬리에게 친구들은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숀'을 만난다. 웨슬리는 평소 자신의 성격대로 허겁지겁 자유분방하게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문득 나온 결혼, 출산 같은 단어에 숀은 아연실색한다. 숀은 소개팅한지 몇 분되지 않아서, 그만 서로 집에 가자고 한다. 화가난 웨슬리는 흥분하여 정신없이 걸어가다가, 자빠진다. 그리고 길가에 넘어져있는 그녀를 한 킹카가 발견한다. 그는 매너있게 웨슬리를 도와준다. 순간 웨슬리는 직감한다. 구질구질한 자신의 삶에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났다고. 

 

웨슬리가 사랑에 빠진 재럴드

재럴드는 완벽한 커리어, 럭셔리한 집, 잘난 외모까지 뭣하나 빠질 게 없는 남자다. 재럴드 역시 에슐리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의 시각에 웨슬리는 보통의 LA 여자들과 달라 보인다. 신경질적이지 않고, 차분하며, 지적인 매력이 호감을 산다. 게다가 그가 싫어하는 것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낸다. 침대에서 웨슬리는 온갖 상상을 한다. 그와 사랑을 나누면서, 결혼식, 출산 등의 장면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와 밤을 보내고 5일째..

재럴드의 연락이 없다.  

 

초조해진 웨슬리는 친구들에게 고충을 토로한다. 케일리와 브룩 역시 그녀가 차인 거라고 생각하고, 함께 복수해주기 위개 머리를 맞댄다. 결국 세사람을 술을 마시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메일로 적어서 재럴드에게 보낸다. 워낙에 긴 욕설이라서, 문자 메시지로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메일을 전송하는 찰나에 재럴드로부터 연락이 온다. 멕시코 출장 중에 사고가 나서 연락을 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역시 당신은 날 차분하게 기다려줄 줄 알았어. 다른 여자들은 분노하고, 화내고 장난 아니었을텐데."

 

  

 

이미 전송해버린 이메일을 지울 방법은 없었다. 재럴드의 계정으로 들어가 삭제하는 것 뿐이었다. 그 때, 웨슬리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번뜩인다. 

 

"멕시코에 가서, 재럴드의 노트북을 찾아서, 이메일을 지우는거야!"

 

간만에 친구에게 다가온 사랑을 응원하고 싶은 브룩과 케일리는 함께 동행하기로 한다. 그렇게 세사람은 멕시코로 여행을 떠난다. 재럴드가 묶었던 호텔을 찾아낸 세사람은 그의 노트북이 있는 방을 찾기 위해서, 탐정처럼 추적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엉성한 행동 때문에 재럴드의 노트북을 발견할 수 없다. 대신 에슐리는 기막힌 인연을 만나게 된다. 바로 재럴드와 마주친 그 날, 소개팅에서 자신을 찼던 남자, 숀이다. 

 

에슐리와 숀

에슐리는 그 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숀이 기분 나쁘다. 하지만, 같은 호텔 안에 있다보니 번번히 마주친다. 노트북을 찾기 위해 고분분투하던 에슐리는 실수로 어린아이가 묶는 방에 들어갔다가, 나체를 보이면서 '소아성애자'로 오해받아 호텔에서 쫓겨난다. 그래도 끈질기게 노트북을 찾기 위해 방을 뒤지다가 결국 멕시코 경찰에 체포된다. 친구들은 에슐리를 진심으로 걱정하면서도 그녀의 집착이 위함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숀은 그런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재럴드가 멕시코에서 치료를 마치고 출국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노트북을 입수할 수 있도록 합류한다. 그 가운데, 에슐리와 숀은 서로의 비밀을 알게된다. 숀은 사실 2년 전에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에, 에슐리와 첫번째로 소개팅을 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만나자마자 결혼 얘기를 꺼내는 에슐리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 상황을 알게된 에슐리는 괜히 미안해진다.

 

숀이 보기에 에슈릴도 따뜻한 면이 있는 여자였다. 단순하고, 실수 잘 하고, 복잡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솔직한 매력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재럴드에게 보낸 메일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말한다.

 

"그냥 그 이메일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당신의 광기가 어느날, 튀어나오면, 아마 그 사람은 도망갈지 몰라요."

 

 

감추고, 자신의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던 웨슬리는 숀의 말에 지금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럴드의 메일을 지울 수 있던 순간에, 자신이 썼던 욕설이 가득한 이메일을 보여준다. 순간 재럴드의 표정은 굳어지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별한다.

 

혼자가 된 에슐리는 자신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본다. 자신의 초조하고 불안해서 날뛰는 성격 때문에 멕시코 여행에서 스트레스 받았을 친구들,  고맙게도 자신의 취업까지 알아봐 준 숀까지.

 

웨슬리는 재럴드를 깨끗이 잊고, 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여행에 다녀와서 삐쳐있던 친구들에게도 사과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여행에서, 웨슬리는 낯선 소득을 걷게 된다. 바로 소중한 우정과 새로운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