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라이프

미스비헤이비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

어깨와 가슴선을 드러낸 원피스를 입은 미녀들이 무대를 활보한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하이힐을 젊은 여자들을 카메라는 위아래로 비춘다. 무대 바로 앞의 심사위원석에 앉은 남자들도 그녀들의 온몸을 꼼꼼히 살핀다.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의 사이즈가 적나라하게 들리고, 그녀들은 숫자로 평가된다. 1970년, 미스 월드 선발대회의 전경이다.

 

영화 <미스비헤이비어> 속 미인대회 모습

1970년의 런던, 여성들의 교육열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차별 속에서 살아했던 여성들의 내면에는 분노가 자라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온 역사학도 샐리(키이라 나이틀리)는 이혼 후, 동거남과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차별을 겪는다.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학자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예술가 조(제시 버클리)는 뜻이 같은 페미니스트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행동주의적인 여성 운동을 한다. 남성성을 강조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광고물에 스프레이를 뿌려 망가뜨리고, 전단을 돌린다. 

 

우리가 변하기 위해서 세상이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여성해방운동을 외칩니다! 

영화 <미스비헤이비어> 중에서 

 

뜻이 같은 두 사람은 번번히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 다른 부류라는 것을 알지만, 협업하기로 한다. 조의 입장에서 대학원에서 공부중인 샐리는 부르주아처럼 느껴지지만, 샐리의 내면에는 진심으로 '남성주의'를 타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혼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딸이 상처받지 않을 세상을 만들고 싶다.

 

조는 주변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무조건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 남성주의, 남성우월, 백인의 시선으로 보는 이 세상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여성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꿈이다. 

 

조와 샐리 

그렇게 고분분투하며 달려오던 두 사람의 목적은 1970년, 미스 월드 대회를 망쳐놓는 것이다. 두 사람은 그 날만 고대하면서 계획을 세운다. 그런 샐리의 계획을 아는 그녀의 가족들은 반대다. 남자친구는 그녀가 급진적인 행동을 하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샐리의 엄마는 말한다. 

 

가부장제인지 뭔지에 대해 투덜대고,
다른 여자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잖아!

 

 

고집을 꺽지 않는 샐리는 결국 미스 월드 대회에 잡임해서, 조와 함께 밀가루를 던지고, 고성을 지르며, 대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들은 체포되고 연행되고, 유죄판결을 받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했다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샐리와 제니퍼

미스월드대회를 망쳐놓은 샐리는 우연히 미인대회 1등을 차지한 제니퍼와 만나게 된다. 샐리는 그녀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건낸다. 대회 기간동안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을 느낀 제니퍼는 샐리를 향해 말한다.

 

"내가 우승함으로 인해, 어린 아이들이 세상을 다르게 볼거예요. 백인이어야 세상 자리를 얻는 게아니라고."

 

샐리는 긍정한다. 어쩔 수 없이 미인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여성이 자신처럼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인지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 시절, 모두가 내면에 느꼈을 차별에 대해서 말이다.

 

누구나 느끼는 차별,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잘못된 관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전보다 성차별없는 공정한 사회 속에서 살 수 있는 이유에는 과거의 그녀들의 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