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2012)
프랑스 남동부의 해안마을. 코르다쥐르. 노장의 힘없는 얼굴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미셀 부케)는 붓을 손에 쥘 때에 눈빛이 살아난다. 그의 옆에는 늘 물감을 짜주는 누군가가 필요한다. 앞에는 그의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낼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필요하다. 어느날, 젋고 아름다운 여인이 오귀스트의 집에 도착했다. 배우를 꿈꾸는 당돌한 여자, 앙드레(크리스타 테렛)이다.
오귀스트는 그녀를 본 순간 직감한다. 이제껏 봐 온 모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그녀의 탄탄하면서도, 보다라워보이는 살결과 붉은 볼, 그리고 뇌쇄적인 눈빛은 오귀스트 르누아르를 사로잡는다. 모델을 꿈꾸는 앙드레가 딸처럼 느껴져서, 자신의 아들 얘기도 하게 되고, 앙드레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가깝게 지내며 집을 자주 드나든다.
그러던 어느날, 전쟁에 나갔던 둘째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부상을 입어서 병가를 내고 돌아온 장(빈센트 로티어스)은 다리 한 쪽을 쩔룩거린다. 아버지의 옆에서 물감을 짜는 일을 돕던, 장은 앙드레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내 모델은 살아 움직여야돼.
탄력있는몸매. 보드랍고 빛나는 살결을 가져야 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관절염 때문에 마음대로 붓질을 하는 것조차 힘든 상항이지만, 최상의 작업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빛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끝까지 적합한 곳으로 위치를 이동하며 애쓴다. 모델도 마찬가지다. 앙드레의 포즈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은 소품까지 지시한다.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노장의 눈은 예리했다.
앙드레가 르누아르에 집에 들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장과 만나는 기회도 늘어난다. 장은 겉으로는 당찬 군인이지만, 자신의 다리에 대해 자신이 없다. 앙드레는 그런 장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앙드레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미모에 반했던 장도 그녀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다.
가족들은 그런 상황을 공공연하게 알지만, 알은체하지 않는다. 르누아르으 모델로 집에 온 여자중에서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애정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장과 앙드레도 그런 가벼운 관계라고 생각하면서, 앙드레를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르누아르의 부인이 사망하고 없는 상태라서, 앙드레는 더욱 자신의 멋대로 행동한다. 집안의 하녀들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등 손님인 것처럼 군다. 그런 앙드레를 향해, 하녀는 '이 집의 하녀는 모두 모델을 한 적이 있다. 하녀와 모델은 똑같은 처지'라고 말한다.
욕망넘치는 앙드레는 그런 모욕을 견딜 수 없다. 지금은 르누아르의 누드 모델이지만,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기 때문이다. 바로 배우가 되겠다는 꿈.
앙드레가 장과 가까워질수록, 르누아르의 병세도 악화된다. 그러던 중 앙드레는 군대를 복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비록 자신이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그게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알게된 앙드레는 펄쩍뛴다. 장은 앙드레의 꿈을 지지하고, 그녀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후원하겠다는 꿈을 세우지만, 군대 복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예술가가 아닌, 그림그리는 노동자로 스스로를 생각한다"
"애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아무생각없이 그리는 게 내 목표였어."
군대에 돌아가기 전까지, 장은 아버지의 조수로써 그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병세가 계속 악화되었고, 르누아르는 평온한 자연의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르누아르는 장이 앙드레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 누드모델과 내연관계를 갖았던 것처럼, 그의 은밀한 내면에서 그녀를 탐내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들을 지지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군대에서 제대한 장은 영화감독이 되었고, 앙드레가 배우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결국 그들은 중간에 이혼을 하면서 헤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 불처럼 타오르다가 사그라들고, 활발했던 예술혼도 죽음 앞에서 소멸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사랑도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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