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라이프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순수한 남녀의 사랑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2018)

 

1946년,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시절에 건지섬 마을의 영국인은 숨죽이며 외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키우던 가축을 독일군에게 빼앗기고, 대가로 받은 감자로 끼니를 연명하는 어려운 시절을 보낸다. 가난 속에서 피어난 건지섬 사람 몇몇의 취미는 독서다. 문학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면서 힘든 마음을 달랜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서 서로 함께 독서 모임에서 나눠먹던 감자껍질파이는 그 모임이 명칭이 된다.

 

어느날, 런던에 살던 작가 줄리엣(릴리 제임스)은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회원들을 찾아 건지섬을 찾는다.

 

줄리엣의 모습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여 작가로 인정받은 줄리엣은 '문학이 주는 철학적 영향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제안받는다. 새로운 책에 대해 골몰하던 줄리엣은 편지 한 장을 받게 된다. 건지섬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도시 애덤스(미힐 하위스만)의 편지다. 그는 중고로 구입한 작가 찰스 램의 수필집 앞 페이지에 써 있는 엘리엣의 이름을 보았고, 찰스 램의 다른 책을 구하고 있었다. 

 

줄리엣은 기쁜 마음으로 찰스 램의 책을 구해서 도시에게 발송한다. 도시와 편지를 주고받던 중에 도시로부터 그들의 북클럽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고, 그곳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줄리엣에게는 부유한 약혼자인 미국인 장교인 마크가 있다. 그는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5번가의 아파트에서 신혼집으로 꾸미자며 쳥혼했지만, 건지섬이 더 끌린다. 그녀는 마크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건지섬으로 떠난다.

 

마크와 줄리엣의 모습

설레임으로 건지섬에 도착한 줄리엣은 어두운 그곳의 분위기에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마을 주민들은 전쟁이 남긴 상처로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도시의 소개로 '감자 껍질파이 북클럽'에 참석했지만, 그들의 얘기를 기고하고 싶다는 줄리엣의 말에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발짝 물러난 줄리엣은 건지섬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는데 치중한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관계 속에서 그녀는 홀로 남겨진 아이, 킷을 보게 된다. 도시가 자신의 딸이 아닌 킷을 홀로 키우는 사연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자연히 킷의 생모, 엘리자베스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사람들

킷의 생모는 독일군이 점령한 건지섬에서 그들의 독립을 주장하며 대항한다. 그러던 중 무참히 포로로 끌려가던 어린소년을 돕게 되고, 독일군에게 끌려가 건지섬에서 실종된다.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사람들을 엘리자베스를 그리워하고, 킷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킷은 엘리자베스와 독일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었다. 줄리엣은 그들에게 엘리자베스가 돌아오도록 수소문해 줄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약혼자 마크에게 도움을 청한다. 

 

줄리엣과 도시

 

건지섬에서 줄리엣은 북클럽의 사람들과 점점 친해지고, 그들과 유대감을 갖게 된다. 런던 도심과 다르게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마음 따뜻한 시골마을의 풍경 속에서 줄리엣은 동화된다. 그녀역시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고, 가난과 싸우던 외로운 시절을 보내고 작가로 성장했기에 내면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런 불행한 느낌들을 잊게 해 줄 정도로 도시 애덤스의 고운 마음씨에 매력도 느낀다. 자연스럽게 줄리엣의 마크에 대한 감정도 식어간다.

 

그런 그녀의 변해버린 마음을 텔레파시로 느꼈는지, 마크는 전용기를 타고 건지섬에 찾아온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줄리엣이 북클럽에서의 역할을 다 하게 되는 부분이다. 줄리엣은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런던으로 떠난다.  

 

 

줄리엣의 모습

런던의 화려한 사교계로 돌아왔지만, 줄리엣은 여전히 건지섬이 그립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느낀 그녀는 마크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리고 다시 건지섬으로 향한다. 북클럽의 사람들도 그리웠지만, 그녀의 마음을 흔든 남자, 도시 애덤스 때문이다. 그녀는 건지섬에서의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로 완성해 북클럽 앞으로 소포를 보낸다. 책으로 출간하지 않고, 북클럽 사람들에게 만든 선물용이다. 북클럽 사람들은 줄리엣의 선물에 감동받는다.

 

그리고 더욱 감동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역시 줄리엣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도시 애덤스도 줄리엣을 찾아 런던으로 떠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가던 길목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렇게 사랑이 완성된다.

 

사랑의 매개체로 책이 작용했다는 것이 아름답고 문학적으로 느껴졌다. 조건도 중요하지만, 취향과 감성이 비슷한 남녀가 만났을 때, 느끼는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