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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이프

와인을 딸 시간, 열정과 타협

누구나 하고 싶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그게 지속될 욕망인지, 나의 미래를 바꿀만한 계획인지, 그것들을 끊임없이 타진하면서 우리는 갈등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확신이 드는 순간이 온다.

 

"정말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꿈에 닿고 싶은 욕망이 온 몸을 휘감는 순간, 우리는 분주해진다. 와인과 사랑에 빠진 한 청년도 그랬다.

 

주인공 일라이자(마무두 아티)

일라이자(마무두 아티)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바베큐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와인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싶은 아버지는 그런 일라이자가 못마땅하다. 육류 가공, 손질 등을 가르치려하지만, 일라이자에게는 핑계가 많다. 과거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꿈을 바꿔온 전적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을 쉽게 믿지 못한다. 반대로 엄마는 그런 일라이자를 지원해준다. 그녀는 직감한다. 일라이자가 진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았다고.

 

일라이자는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와인스쿨의 입학을 꿈꾸지만, 자신감이 없다. 이제껏 자신이 해오면서 인정받은 일들이 단 한개로 없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하지 않을 이유를 찾으면 끝도 없는거야."

 

그런 그에게 여자친구는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일라이자는 과감하게 와인스쿨 입학을 결정한다.

 

아버지와 일라이자 

 

일라이자는 자신의 계획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아버지는 들은척 만척한다. 반면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이 어렵지 않도록 일부 학비를 후원해주겠다고 말한다. 드디어 일라이자는 그토록 원하던 와인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반면 아들이 와인을 공부하게 되어, 2호점 레스토랑의 운영을 맡기는 일에 차질이 생긴 아버지는 더욱 못마땅하다. 일라이자가 수업에 가지 않을 때에는 레스토랑 일을 돕지만,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에게 걱정은 암투병 중인 아내이다.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아버지는 일라이자를 꿈을 지지하는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일라이자를 반대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거든. 그래서 프랑스, 스페인산 와인을 먹으면 그곳에 가 있는 것만 같아." 

 

파리로 떠난 일라이자

와인스쿨을 다니던 중 그는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갈 기회를 맞이한다. 체류비 때문에 걱정하는 그에게 엄마는 지원을 하겠다고 얘기한다. 일라이자는 암투병 중인 어머니가 신경쓰이지만,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파리에서의 수업은 녹록치 않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보다 더욱 치열하고, 어려웠다. 역사, 품종 등에 대한 이론 뿐만 아니라, 테이스팅, 서비스까지 와인에 대한 학습은 복합적이고 경험적이었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시음 통해 와인의 특질을 알아내하는 일은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라이자의 어미니

 

반면, 일라이자의 어머니는 병세가 악화된다. 암세포가 폐까지 전이되면서 그녀는 입원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일라이자를 부르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극구 반대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아들이 공부를 끝마칠 수 있도록 돕자고 한다. 그녀는 죽음의 순간 전까지 아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는 일라이자가 파리에 있는 동안 죽음을 맞이한다. 

 

일라이자와 아버지

다시 미국에 돌아온 일라이자는 아버지의 일을 묵묵히 돕는다. 아버지는 일부러 자신을 돕는 것만 같아서, 그런 아들의 모습이 아쉽게 느껴진다. 자신은 바록 가업을 잇기위해서, 바베큐 레스토랑 일에 매진했지만, 아들에게 강요하는 게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와인 공부를 중단하려는 일라이자가 다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라이자는 아버지의 일을 열심히 도우면서, 틈틈이 와인스쿨의 마지막 시험인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한다. 아버지는 와인에 대해 술술 나열하는 일라이자의 모습이 대견해보이기도 한다. 끝까지 대립할 것 같은 부자관계를 걱정하던 죽음 직전의 어머니의 걱정이 말끔하게 해소된 것이다. 

 

꿈을 향한 일라이자의 진심이 아버지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라이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일라이자는 '마스터' 과정에서 아깝게 불합격한다. 이론 점수는 높았지만, 테이스팅과 서비스에서 점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일라이자에게 잠깐의 시련일 뿐, 꿈을 꺽지 못했다.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마스터'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다시 수업을 들으면서 최고의 '소물리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도 그런 일라이자를 여유를 갖고 지켜본다.

 

자신의 원하는 일을 향한 도전과 세대간의 갈등은 다양한 산업에서 보여진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지 않고 싶은 자녀들이 한 번쯤 봉착하는 과정일 것이다. 다양한 산업과 문화가 발달하면서, 개인의 취향이 다양화되는데, 뭔가를 강요받는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일라이자처럼 '지혜롭게 해결하는 법' 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열정과 진심을 보여주면서, 아버지의 의도도 존중한다면, 그 타협점은 반드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