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2011)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막상 꿈꾸던 것을 갖거나 그 상태에 이르게 되면, 본래의 자신이 그리워지는 법이다. 누구나 완벽한 상태는 없고, 자신이 하찮게 여겨질지라도 반드시 장점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네가 된다면 어떨까.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과 미치(라이언 레이놀즈) 어린시절부터 알아온 절친이다. 막역했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 살면서 관계가 이전보다는 소원해진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명문대에 로스쿨을 졸업한 데이브는 실력을 인정받는 변호사다. 토끼같은 자식들과 아내도 있는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미치(라이언 레이놀즈)는 그 반대다. 간간히 성인영화에 출현하면서, 배우로 일한다. 새로운 여자를 사귀고, 엔조이 관계를 갖는 일에 아무렇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다. 오늘이 즐겁고, 내 맘대로 말할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다.
데이브는 가끔 그런 미치가 부럽다.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절실하다. 새벽마다 깨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아이의 우유를 먹이는 일이 지겹다. 반면 미치는 안정된 가정, 직장, 경제환경을 갖춘 데이브가 부럽다. 자신은 꿈도 꾸지 못할 일만 같다.
서로를 부러워하며 맥주를 마시면서 푸념하던 두 사람은 거하게 취해서, 분수대에서 소변을 본다. 그리고 분수대 가운데 서 있는 여신상을 보며 말한다.
"우리가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의 말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집에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화들짝 놀란다. 데이브는 거울에서 미치의 모습을 보고, 미치는 데이브의 모습을 보게 된다. 몸이 바뀐 것이다. 그들은 급하게 분수대를 찾아가지만, 공사중이다. 두 사람에게는 모습을 바꿀 방법도, 시간을 지체할 여유도 없다. 각자의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인 미치는 변호사 데이브로 연기하며, 로펌에 출근하지만 업무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알지 못하는 용어와 형식적인 격식있는 집단 안에서 미치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데이브도 마찬가지다. 촬영장에 도착한 그는 수치심을 느껴서 도저히 연기를 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미쳐버릴 것만 같다.
제이미(레슬리 만)도 점점 이상해지는 남편 데이브 때문에 짜증이 폭발할 것 같다. 거칠고 예민해진 남편의 태도에 그녀는 상처를 받는다. 그녀는 미치에게 그녀의 남편, 데이브가 지나친 일중독과 욕심 때문에 건강을 헤치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안타깝다면서, 고민을 털어놓는다. 미치의 몸인 데이브는 아내가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준다는 것에 울컥한다.
미치는 싱글 생활만이 즐거운 줄 알았는데, 아이들과 가정을 꾸리면서 지낸다는 게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학예회에 참가하고, 쌍둥이의 이유식을 챙기는 일이 끔찍했지만, 점점 재밌게 느껴진다. 자신도 이런 안정된 가정을 꾸미고 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한다.
두 사람은 바뀐 서로의 삶에 매력을 느낀다.
분수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두 사람에게는 다시 본모습을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선뜻 돌아가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이다.
미치는 가족들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변호사의 업무에도 조금씩 적응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칭찬할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의 곁에 있는 제이미의 모습도 부담스럽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는 생각이 점점 든다.
미치는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직감한다.
데이브는 평소 눈길은 가지만, 절대 찝쩍댈 수 없었던 자신의 비서 사브리나와 달콤한 데이트를 한다. 사브리나는 미치의 몸을 한 데이브에게 호감을 느낀다. 유부남으로써 할 수 없는 연애의 짜릿함에 데이브는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와 밤을 보내려는 순간, 그녀의 허리에 있는 '팔랑나비' 문신을 보자,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 자신의 딸이 좋아하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데이브는 가족에게 돌아갈 시기라는 것을 직감한다.
다시 분수대에 가서 소변을 본 두사람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되돌아가는 과정이 순탄해서 다행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이 바뀐 게 스스로에게 큰 깨닮음을 주었다고 느낀다.
데이브는 가족의 소중함과 일에 미쳐 살아가는 자신의 비인간적인 태도를 깨닫는다. 새로운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싶었던 생각도, 그저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자다.
이기적이고 자유로운 것만 좋다고 생각했던 미치도 자신의 가족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여자와의 진득한 사랑과 애착이 그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바뀐 몸에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것들을 깨닫는다. 세상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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