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식당(2006)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지루하고, 답답하다. 핀란드 헬싱키에 일본식당을 차린 여자는 창문을 힐끗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한달동안 한명의 손님도 오지않는 가게를 차린 여자는 초조할법도 하다. 하지만 의연하다. 식당에 들어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녀는 매일 식재료를 준비한다.
그렇게 한달 반쯤이 지났을 때, 귀여운 청년이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이름은 토미다. 일본문화에 유독 관심이 많은 그는 일본 캐릭터 '갓챠맨'에 대해 사치에에게 물어본다. 오래전에 들어본 만화영화 노래가사가 가물가물한 사치에는 대충 말을 얼버무린다. 그게 못내 신경쓰인 사치에는 길을 가면서 노래를 읊조린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 여자에게 노래 가사를 물어본다.
친절하게 가사를 알려주는 그녀에게 사치에는 반가움을 표한다. 그녀의 이름은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다. 무작정 떠나고 싶어서 헬싱키에 온 그녀도 혼자 여행중인 상태였다. 사치에는 미도리를 자신의 집에 묶도록 한다. 사치에가 차려준 따뜻하고 소박한 일본 가정식 밥상에 미도리는 감동한다. 카모메 식당에 들린 미도리는 그곳에서 사치에와 함께 일하기로 결심한다.
여전히 사람이 오지 않는 식당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던 미도리는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어보기를 제안한다. 카모메식당의 주메뉴인 오니기리에 순록고기, 청어 등을 넣어 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첨가할수록 음식의 맛은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사치에는 어느 날, 단순히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인 것만 같아서 함께 시나몬롤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두사람이 합심해서 만든 시나몬롤은 식당을 힐끗 보며 지나가던 핀란드 아줌마들의 코끝을 사로잡는다. 그녀들은 식당에 들어와 커피와 시나몬롤을 주문한다. 향긋한 시나몬롤과 커피향에 매혹된 그들은 단골이 된다.
어느날, 축쳐진 표정의 여자가 카모메식당으로 들어온다. 우울한 표정의 중년여성 마사코는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 환승을 하면서 잃어버린 캐리어를 돌려받지 못해, 걱정이다. 그런 그녀에게 사치에와 미도리는 핀란드 특유의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옷을 사입기를 제안한다. 핀란드 패션 브랜드 '마리메꼬'에서 화사한 색상의 옷으로 바꿔입고, 돌아온 마사코는 밝게 웃는다.
카모메는 음식만 판매하지 식당이 아니었다. 손님들과 교감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진심으로 제안했다.
카모메식당의 매력에 빠진 마사코도 식당의 일원이 된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세여자는 함께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한다. 어느날부터 식당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차분한 손길로 일본 가정식, 커피, 빵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한다. 집에서 준비한 음식처럼 핀란드 사람들은 그 소박한 맛에 매료된다.
카모메식당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지만, 주메뉴는 여전히 오니기리다. 처음 식당에 온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연어구이, 돈카츠, 커피등을 주로 주문하지만, 어느새 오니기리에 눈길을 보낸다. 사치에는 어린시절 운동회, 소풍을 갈 때 아버지가 만들어준 오니기리를 잊을 수가 없다.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한끼를 든든하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오니기리는 외국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미도리상은 내일 세상이 끝나면 뭘 할래요?"
"엄청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저도 세상이 끝나는 날엔 꼭 맛있는 걸 먹을거에요."
"좋은 재로로, 좋은 사람만 초대해서."
카모메식당의 세여자의 대화다.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마음이 예쁘다. 시크한 북유럽 사람들이 낯선 음식을 조리하는 카모메식당의 여자들에게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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